DNA와 유전자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DNA, 유전자와 염색체의 놀라운 세계

안녕하세요, 아이템파파입니다. 오늘은 현대 생명과학의 핵심인 DNA, 유전자, 그리고 염색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거울을 볼 때마다 “왜 나는 아버지의 눈을 닮았을까?” 또는 “어머니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이런 궁금증들의 답이 바로 오늘 다룰 내용 속에 숨어 있습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생 자신이 순수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전자가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했지만, 가족사를 자세히 알아보니 증조할머니가 실제로 몽골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우리 몸속의 DNA와 유전자는 수세대에 걸친 조상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놀라운 기록 저장소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DNA, 유전자, 염색체를 혼동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계신데, 오늘 이 글을 통해 명확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DNA란 정확히 무엇인가?

DNA(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는 1869년 스위스의 생화학자인 프리드리히 미셰르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위대한 발견은 병원에 버려진 붕대에서 채취한 고름의 세포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미셰르는 당시로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 물질을 ‘뉴클레인(핵물질)’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DNA입니다.

DNA는 뉴클레오타이드의 중합체인 두 개의 긴 가닥이 서로 꼬여있는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있는 고분자화합물입니다. 쉽게 말해, DNA는 생명체가 가진 가장 정교한 정보 저장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DNA는 유전 정보의 저장과 복제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견고한 하드 디스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DNA의 구조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는 당(Deoxyribose), 인산(Phosphate), 염기(Base)로 구성되어 있으며, 염기가 쌍을 이루어 결합된 이중나선 구조를 갖습니다. 이 구조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밝혀낸 것으로, 현대 분자생물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단 4가지뿐입니다. 아데닌(A) 염기는 티민(T) 염기와 쌍을 이루거나, 구아닌(G) 염기는 시토신(C) 염기와 쌍을 이룹니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4가지 염기의 조합만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진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들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마치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만으로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유전자의 개념과 역할

많은 분들이 DNA와 유전자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현대 유전학에서 유전자는 “게놈 서열의 특정한 위치에 있는 구간으로서 유전형질의 단위가 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DNA가 거대한 도서관이라면 유전자는 그 안에 있는 특정한 책 한 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NA에는 곱슬머리, 눈동자 색, 키 처럼 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적 성질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즉, 유전자는 책인 DNA의 일부분으로, 유의미한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유를 통해 DNA와 유전자의 관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약 20,000~23,000개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 유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특성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각각의 유전자는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 단백질들이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게 됩니다.

유전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포의 역할 수행과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효소와 같은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유전 정보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즉, 유전자는 단순히 외모나 성격을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생물학적 과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뉴클레오티드 – DNA의 기본 단위

DN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티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뉴클레오티드는 뉴클레오사이드와 인산으로 구성된 유기 분자입니다. 뉴클레오티드는 중합체인 핵산의 단위체입니다. 쉽게 말해, 뉴클레오티드는 DNA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클레오티드는 핵염기, 5탄당(리보스 또는 디옥시리보스), 1~3개의 인산으로 구성된 인산의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뉴클레오티드와 염기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염기(핵염기)는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즉, 뉴클레오티드는 염기 + 당 + 인산이 결합된 완전한 형태이고, 염기는 그 중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마치 자동차에서 엔진이 중요한 부품이지만 자동차 전체가 엔진은 아닌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세 가지 성분이 결합하여 하나의 뉴클레오티드가 되고, 수많은 뉴클레오티드가 연결되어 DNA의 긴 사슬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DNA 이중나선은 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리는 기본 단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뉴클레오티드들이 특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되면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게 됩니다. 마치 컴퓨터의 비트가 모여 바이트를 이루고, 바이트가 모여 파일을 이루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사람의 경우 세포당 30억쌍의 염기가 존재하고, 5만개에서 10만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으며, 각 유전자는 수천개 내지 수십만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우리 몸의 각 세포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놀랍지 않나요?

4. 염색체 – 유전정보의 포장과 전달

염색체는 DNA가 실제로 세포 안에서 존재하는 형태입니다. 세포가 분열되기 직전에 짧은 막대기 모양의 물체들이 형성되는 것을 현미경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그것을 염색체(chromosome)라고 합니다.

DNA는 평소 세포 핵 내부에서 단백질과 결합하여 염색질을 이룹니다. 염색질은 매우 가늘고 긴 실과 같으므로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나 관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세포분열 과정에선 염색체 단위로 뭉치게 되어 광학현미경으로 쉽게 관찰이 가능합니다. 즉, 평상시에는 실처럼 풀어져 있던 DNA가 세포분열 때만 염색체라는 형태로 압축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염색체의 형성은 세포분열시 DNA, 즉 유전 정보를 정확하게 두 개의 딸세포에게 전달하기 위한 매우 과학적인 수단입니다. 만약 DNA가 풀어진 상태로 세포분열을 한다면 유전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은 이렇게 정교한 포장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람의 염색체 수는 1956년에 중국인 생물학자 치오(J. H. Tjio)와 스웨덴 학자 레반(A. Levan)이 시험관에서 배양한 사람의 백혈구 세포로부터 특정 염색법을 이용한 관찰을 통해 46개로 확인하며 확실하게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1923년에는 사람의 염색체가 48개라고 잘못 알려져 있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5. 염색체 개수로 보는 생명체의 다양성

생명체마다 염색체의 개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몇몇 생물의 염색체 수를 살펴보면, 양파 16개, 무 18개, 옥수수 20개, 수박 22개, 벼 24개, 토마토 24개, 밀 42개, 감자 48개, 모기 6개, 초파리 8개, 코알라 16개, 개구리 26개, 고양이 38개, 사람 46개, 침팬지 48개, 누에 56개, 소 60개, 말 66개, 개 78개, 닭 78개입니다.

이 수치들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dog) 78개, 닭(chicken) 78개, 소(cow) 60개, 말(horse) 64개, 코끼리(elephant), 56개, 양(sheep) 54개, 고양이(cat) 38개, 집쥐나 마우스(mouse) 40개, 토끼(Rabbit)는 44개입니다. 사람보다 염색체 수가 많은 생물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염색체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하고 고등한 생물이다”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완전히 틀린 인식입니다. 개와 닭은 염색체 수는 78개로 같지만 서로 다른 종이고, 사람보다 더 많은 염색체 수를 가진 생물들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종의 지능과 염색체 수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잭 점퍼 개미만 해도 염색체는 1~2개밖에 안 되지만 멀쩡히 번식하고 생물로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염색체의 개수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질과 조직화 방식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6. 인간의 염색체 구성과 특징

모든 정상 인체 세포에는 염색체 총 46개에 대해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습니다. 이 46개의 염색체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사람의 염색체는 44개의 상염색체와 2개의 성염색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염색체는 X염색체와 X염색체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Y염색체로 구분이 됩니다.

22쌍의 상동염색체와 XY(남자) 는 XX(여자) 두 개의 성염색체를 가집니다. 상염색체는 남녀 모두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염색체이며, 성염색체만이 남녀를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모로부터 22개씩 물려받는 상염색체는 모양과 크기가 같은 염색체가 짝(22쌍)을 이루는데, 이렇게 짝을 이루는 염색체는 상동염색체(相同染色體)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23개, 아버지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염색체들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쌍으로 구분하는 것을 핵형(核型, Karyotype) 분석이라 합니다. 이러한 핵형 분석을 통해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질환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7. 잘못된 상식들 바로잡기

DNA와 유전자에 대한 여러 잘못된 상식들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오해들을 명확히 정정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오해는 “염색체 수가 많을수록 고등한 생물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와 닭은 사람보다 염색체 수가 훨씬 많지만, 이것이 그들이 사람보다 복잡한 생물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염색체의 개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유전정보의 내용과 조직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오해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입니다. 개체와 자연환경의 상호작용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합니다. 즉,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환경에 따라 그 발현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완전히 똑같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 번째 오해는 “DNA, 유전자, 염색체가 모두 같은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인식으로, 각각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DNA는 정보가 저장된 물질 자체이고, 유전자는 그 정보 중에서 특정 기능을 하는 부분이며, 염색체는 DNA가 포장된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네 번째 오해는 “모든 DNA가 유전자다”라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게놈 가운데 99%가 비부호화 DNA 서열에 해당합니다. 즉, 우리 DNA의 대부분은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비부호화 서열이며, 실제 유전자는 전체 DNA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8.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

유전자는 우리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염색체 이상은 크게 수적 이상과 구조적 이상으로 분류합니다. 수적 이상이란 염색체수가 46개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이며, 어떤 염색체가 한 개 더 많으면 삼염색체(trisomy), 한 개만 있으면 단염색체(monosomy)라고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염색체 이상 질환 중 하나는 다운 증후군입니다. 상동염색체의 삼염색체로는 다운 증후군(trisomy 21), 에드워드 증후군(trisomy 18), 파타우 증후군(trisomy 13)을 출생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운 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모든 임신의 7%에서 염색체 이상이 있고, 임신초기 유산의 40-50%은 염색체 이상 때문이며, 출생아의 0.5-1%에서 염색체 이상을 가진 아기가 출생합니다. 이 수치를 보면 염색체 이상이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전적 요인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겸상적혈구 빈혈 유전자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9. 현대 의학과 유전자 기술

최근 들어 유전자 기술이 의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미리 알아볼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기술(BT: Bio Technology)의 주요 소재인 DNA(Deoxyribo 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을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과 나노 기술(NT: Nano Technology)에 적용하는 DNA 응용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DNA 컴퓨터 연구입니다. 1994년 컴퓨터 공학자 아들만(Leonardo M. Adleman)에 의해 시작된 유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컴퓨터에 적용하는 연구를 통해 실리콘 컴퓨터 시대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DNA의 정보 저장 능력과 병렬 처리 특성을 활용하여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10. 유전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유전자는 우리의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 능력, 질병 감수성 등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 완전히 정해져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생물체의 모든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DNA 속에 들어 있습니다. DNA 속의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얼굴 모습도 다릅니다. 하지만 환경과 생활습관도 유전자 발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성장기에 충분한 영양섭취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유전적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질병 감수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DNA 서열의 변화 없이도 유전자 발현이 변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환경과 생활습관이 유전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고난 유전자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11. 유전자 연구의 미래 전망

사람과 침팬지(Chimpanzee) 염색체는 13개, 고릴라(Gorilla)는 9개, 우랑우탄(Oranutan)은 8개의 염색체가 완전히 동일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인류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침팬지 염색체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 Y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보다 구조적인 변화가 매우 크게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했으며 Y염색체 진화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Cas9의 등장으로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CRISPR-Cas9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줄임말로, 원래 세균이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자연 면역 시스템을 응용한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DNA의 특정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내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어 ‘유전자 가위’라고도 불립니다. 마치 워드프로세서에서 특정 단어를 찾아 수정하듯이, DNA에서 원하는 부분만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인 것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으며, 맞춤형 의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밀의학이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병이라도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게 될 것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2. 일상 속 유전자 이해하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유전자의 영향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 사이의 외모 유사성은 물론이고,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 알레르기 반응, 심지어는 성격적 특성까지도 어느 정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실란트로(고수)라는 허브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극명하게 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향긋하고 맛있다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은 비누 맛이 난다며 거부감을 보입니다. 이는 특정 냄새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인 유당분해효소 지속성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동양인은 성인이 되면서 유당분해효소 활성이 떨어지지만, 일부 유럽계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 효소가 계속 활성화되어 있어 우유를 잘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전자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차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인차들이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특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13. 유전자 검사의 현실과 한계

최근 들어 유전자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단일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몇 가지 특성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복잡한 특성들은 여러 유전자가 함께 작용하며 환경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키나 체중, 지능 같은 특성들은 수백 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며, 영양상태, 운동, 교육 등의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이런 특성들을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병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위험도가 낮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유전자 검사는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4. 유전자 윤리와 사회적 책임

유전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적 문제들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의 활용 범위와 한계, 개인정보 보호, 유전적 차별 금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맞춤 아기’ 같은 개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유전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인간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자 정보가 보험이나 취업에서 차별의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철저한 보안과 동의 절차를 통해 보호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유전자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과 윤리적 문제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 전체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결론

DNA, 유전자, 염색체는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영역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생물학적 개념을 넘어서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를 이해하는 열쇠와 같은 존재입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보면, DNA는 생명정보를 저장하는 물질 자체이고, 유전자는 그 정보 중에서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며, 염색체는 DNA가 세포분열 시에 나타나는 포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클레오티드는 이 모든 것의 기본 단위가 되는 분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학적 지식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환경과 노력을 통해 유전적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유전자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올바른 지식과 윤리적 판단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한계와 위험성을 인식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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