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명작

서론

혹시 여러분은 책을 읽다가 마치 자신의 내면이 낱낱이 해부당하는 듯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마치 작가가 우리의 가장 은밀한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 말입니다. 바로 그런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가 1866년에 완성한 이 걸작은 단순히 한 권의 소설을 넘어서 인간 정신의 심연을 탐구한 철학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알고 있는 이 작품이지만, 실제로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 명작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왜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본론

1. 명작이 탄생한 배경과 작가의 삶

도스토예프스키는 28세에 사형선고를 받는 극적인 경험을 겪었습니다. 사형 집행은 극적으로 취소되었으나, 이후 4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다시 4년 동안을 시베리아에서 복무했습니다. 감옥 생활 중에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책은 ‘성경’이었습니다. 이러한 극한의 경험이 그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고, 《죄와 벌》이라는 명작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도스토옙스키는 원래 수정이나 퇴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은 예외다. 그가 다른 작품에서 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은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집안의 가난과 본인의 도박벽 때문에 늘 돈이 궁했는데, 이 때문에 일단 출판사에 돈을 받고 출판권을 넘긴 뒤 작품을 집필하는 식의 계약도 자주 맺어 항상 시간에 쫒겼다. 하지만 《죄와 벌》만큼은 다른 작품의 선계약으로 금전적 여유가 있어서 충분한 퇴고를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처음에는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가 표현의 부족함을 깨닫고 원고를 불태운 채 처음부터 다시 썼다고 합니다.

2.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닌 심리 소설의 걸작

많은 사람들이 《죄와 벌》을 단순히 대학생이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하는 범죄 소설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이해입니다. 주인공인 로지온 라스콜니코프의 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형사소설과 유사성을 띠지만, 살인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살인을 행하는 주인공의 사상적 배경 등에 초점을 맞춘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라스콜니코프가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리고 범죄 후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한 데 있습니다.

3.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도스토예프스키만의 기법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명작을 통해 인간 정신의 복잡함과 모순을 탁월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 이미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저지르고, 그 이후에는 그가 왜 그런 범죄를 감행했는지를 밝히는 과정이 이어진다. 특히 다른 누구보다 라스콜니코프 자신이 범죄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주로 그려진다.

이러한 구성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보통의 범죄소설이라면 누가 범인인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명작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처음부터 알려져 있고, 대신 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과 변화 과정에 집중합니다.

4. 라스콜니코프의 철학적 사상과 그 한계

라스콜니코프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는 신을 부정하고 그 자리에 인간의 전능한 이성을 자리매김하는 깊은 철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비범한 인물이다. 그의 사상은 인류를 비범인과 범인이라는 두 가지 부류로 분류하고, 위대성이라는 모호한 기준 하에 전자에 의한 후자의 지배를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라스콜리니코프는 범죄를 저지른 후 무시무시한 도덕적 고통을 겪는다.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실행한 후 절대적 자유와 홀가분함을 느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바로 자신에게 내재한 인간적 본성, 즉 양심의 가책이었던 것이다. 이는 추상적 이론이 인간의 본성과 얼마나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5. 구원의 상징, 소냐라는 인물

이 명작에서 라스콜니코프와 대비되는 인물이 바로 소냐입니다. 그녀의 이름 소피야는 그리스어로 “지혜”를 의미하고, 작중에서 라스콜니코프에게 “유로지비”로 불리는데 유로지비란 러시아 정교회에서 세상에선 바보처럼 보이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가장 지혜로운 하느님의 사람이란 의미다.

소냐는 가난 때문에 매춘부가 되었지만, 순수한 마음과 희생정신을 잃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는 라스콜니코프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제시하는 구원의 메시지, 즉 이성의 교만을 버리고 겸손한 사랑과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6. 페테르부르크라는 공간의 상징적 의미

이 명작에서 배경이 되는 페테르부르크는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닙니다. 도스토옙스키는 페테르부르크를 묘사하면서 라스콜니코프의 눈앞에 스쳐가는 추악함과 인간의 비참함을 강조한다. 도시의 답답하고 음울한 분위기는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며,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소설 속 이야기는 7월 초의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해질 무렵, 뻬쩨르부르그의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묘사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은 곧바로 작품의 분위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7.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의 메시지

이 명작이 1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작품이 다루는 주제들이 여전히 현재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주제 또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좌와 벌, 선과 악, 가난과 불행, 선한 목적과 악한 수단, 정의란 무엇인가?, 왜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게 사는가?, 빈부차이는 얼마만큼 용인되어야 하는가? 등등이 바로 그런 주제들이지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 개인의 정의감과 사회 질서의 갈등, 이성과 감정의 대립 등은 이 명작이 제시하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8. 후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

《죄와 벌》은 후대 작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또한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토마스 만, 헨리 밀러 등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간 심리의 복잡함을 탐구하는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바로 이 명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일본의 다자이 오사무도 《인간실격》에서 이 작품을 언급하며,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유의어가 아닌 반의어로 배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정말로 죄를 지은 자들이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착하고 양심 있는 사람들이 추악한 현실에서 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9. 작품 속 상징과 모티프의 깊이

이 명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작가가 사용한 다양한 상징과 모티프들입니다. ‘넘어서기’라는 모티브는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는 라스콜니코프가 모든 경계와 규범, 그리고 도덕성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심지어 그의 이름 자체가 러시아어로 ‘분열’을 의미하는 ‘раскол’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의 내적 갈등과 분열된 정신 상태를 암시합니다.

또한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십자가, 성경, 라자로의 부활 이야기 등은 모두 구원과 부활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특히 소냐가 라스콜니코프에게 읽어주는 라자로의 부활 장면은 이 명작의 핵심 메시지인 영적 부활을 예고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10. 번역과 각색을 통한 명작의 확산

《죄와 벌》은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김연경 번역본은 “보다 젊고 감각적인, 그리고 정확한 번역으로 다시 읽는 도스토예프스키”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이 명작은 연극,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는 작품이 지닌 보편적 메시지와 깊이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유효한 명작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11. 읽는 이를 위한 실용적 조언

이 명작을 처음 읽는 분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긴 문장과 복잡한 인물 관계에 당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러시아식 이름의 특성상 한 인물을 여러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 명작을 완독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작품의 분량이 상당하고 철학적 담론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 번에 읽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점점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특히 라스콜니코프의 심리 변화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읽는다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결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단순히 19세기 러시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명작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탐구한 불멸의 걸작입니다.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과 변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 정신의 복잡함과 구원의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이 명작을 끝까지 읽어낸다면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원한 질문들에 대해 도스토예프스키만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답변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결국 《죄와 벌》이 세계문학사에서 불멸의 명작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작가가 인간 정신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탐구하면서도, 동시에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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