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CMO and CDMO

바이오 제약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CMO와 CDMO

여러분은 혹시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의 시간과 약 3조원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처럼 천문학적인 투자와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가 바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와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입니다.

단순히 ‘위탁 생산’이라고만 알려진 이 분야가 왜 갑자기 전 세계 제약회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1. CMO와 CDMO, 정확히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CMO와 CDMO를 혼동하거나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계시는데, 사실 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말 그대로 위탁생산 전문기업을 의미합니다. 제약회사가 이미 개발을 완료한 의약품의 제조만을 전담하는 역할이죠. 쉽게 말해 ‘대리 생산업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정해진 규격과 품질 기준에 맞춰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반면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여기에 ‘개발(Development)’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추가됩니다. 단순히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개발부터 세포주 구축, 생산공정 최적화, 임상시험 지원, 상용화까지 의약품 개발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입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CMO가 ‘공장’이라면 CDMO는 ‘연구소와 공장이 합쳐진 종합 솔루션 센터'”라고 표현했는데, 이만큼 명확한 설명도 없을 것 같습니다.

2.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CMO와 CDMO가 중요한 이유

최근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화학 합성 의약품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항체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mRNA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이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기존 의약품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과 시설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생물학적 시스템을 이용해 복잡한 단백질이나 세포 치료제를 생산하려면 엄격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기준을 충족하는 대규모 시설과 고도의 전문 기술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원료의약품 CDMO 시장은 2024년 기준으로 1,180억 9,000만 달러(한화 163조 6,136억원) 규모로 평가되었으며, 2029년까지 연평균 8.61%의 성장률을 보여주며 1,784억 7,000만 달러(한화 274조 2,70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이 직접 모든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중소 바이오테크 기업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CMO와 CDMO입니다.

3. 국내 바이오 제약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

우리나라는 지금 전 세계 CMO·CDMO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첫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시 기준 총 9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해 연 누적 수주 금액은 총 4조3,600억원입니다. 놀랍게도 이는 10개월 만에 전년도 수주 금액의 20%를 초과 달성한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비결은 압도적인 생산 규모와 품질 경쟁력에 있습니다. 제5공장을 완공해 총 생산능력 78만 4,000L를 확보하는 동시에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와 유전자 치료제 등 혁신 기술을 보유한 벤처 투자를 확대하며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셀트리온도 최근 CDMO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의약품 개발·생산 노하우를 강점으로 2031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 글로벌 톱티어 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입니다. 셀트리온은 이미 25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CDMO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4.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현황과 기회

현재 글로벌 CDMO 시장은 몇몇 대형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론자(Lonza), 미국의 캄브렉스(Cambrex), 카탈런트(Catalent)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에 따라 CDMO 시장규모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특히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의 기회입니다. 바이오의약품 가운데서도 단백질·항체 치료제보다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영역에서 CDMO 사업이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5. COVID-19가 가져온 시장 변화

2020년 COVID-19 팬데믹은 바이오 제약 산업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CMO와 CDMO 시장에는 폭발적인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2021년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당시, CDMO는 약 개발 및 공급망, 상업용 원료의약품, 약품 제조, 포장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 제약회사들이 개발 및 생산 비용, 자본 투자 및 일정을 줄이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였으며 이는 CDMO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담당하면서 큰 성과를 거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CMO와 CDMO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6. 성공하는 CDMO 기업의 핵심 경쟁력

그렇다면 성공하는 CDMO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지난 몇 년간 업계를 지켜본 결과, 몇 가지 핵심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78만 리터라는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는 품질 관리 시스템입니다. 의약품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품질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9%의 배치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의약품 제조·관리되는 전 과정에서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기술 혁신 능력입니다. 바이오의약품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지속적인 R&D 투자와 혁신이 필수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8월 자체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 폭을 더 넓혔습니다. 에스초이스는 세포 분열 속도가 18~20시간으로 타사 세포주(만 하루, 24시간)보다 빠르게 번식합니다.

7. 국내 중소 기업들의 도전과 기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같은 대기업만이 이 시장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중소 규모의 전문 기업들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에스티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202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API CDMO 매출이 1907억원(신약 API 1522억원, 제네릭 API 3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4.14%를 차지합니다. 원료의약품(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분야에 특화하여 길리어드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성공 사례입니다.

또한 메디포스트, 지씨셀, 차바이오그룹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규모는 191억달러(26조원)로, 연평균 12.2%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270억달러(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미래 전망과 새로운 트렌드

앞으로 바이오 제약 CDMO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몇 가지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부상입니다. 2025년에도 돋보이는 키워드는 ‘신규 모달리티(Modality)’로, 그중에서도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와 이중항체 등 다중항체 혁신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글로벌 표준이 정립되지 않아 한국 기업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있습니다.

둘째, AI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입니다. 글로벌 빅파마는 빅테크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등의 전략을 통해 생성형 AI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CDMO 기업들도 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팬데믹 경험을 통해 각국이 자국 내 생산능력 확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지역별로 분산된 CDMO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론: 바이오 제약 혁신의 핵심 동력

CMO와 CDMO는 단순히 ‘위탁 생산’ 서비스를 넘어서 바이오 제약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이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어, 국가 경제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신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CMO와 CDM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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