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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들어는 봤는데… 인류 문명의 진짜 이야기
혹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총, 균, 쇠”라는 책 제목을 본 적이 있으시나요?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책은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을 정복하게 되었는지, 왜 현재의 세계가 이렇게 불평등하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대작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제목만 알고 있을 뿐, 정작 인류 문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진짜 이야기는 모르고 있더라고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인류 문명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1. 우리가 몰랐던 문명의 진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뉴기니 원주민 친구 얄리로부터 받은 질문이 이 모든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원주민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걸까?”
이 질문은 정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어요. 같은 인류 문명의 구성원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종이나 민족의 지적 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다이아몬드는 각 대륙의 문명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인종적.민족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들 때문이라는 것을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밝혔습니다. 즉, 인류 문명의 발전 격차는 타고난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지리적, 환경적 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2. 인류 문명을 바꾼 결정적 요소들
그렇다면 어떤 환경적 요소들이 인류 문명의 운명을 갈랐을까요? 다이아몬드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합니다.
총(Guns) – 기술의 힘
유라시아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인종의 지적, 도덕적,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지리적 차이에 있다고 다이아몬드는 주장합니다.
스페인의 피사로가 1532년 11월 16일 페루에서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를 생포한 사건을 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어요. 불과 168명의 스페인 정복자들이 수만 명의 잉카 군대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총과 말, 강철 무기라는 기술적 우위 때문이었습니다.
균(Germs) – 병원균의 무서운 력
더 무서운 건 병원균이었습니다. 병원균은 가축에서 발생했다고 다이아몬드는 주장합니다. 고대에 가축화된 포유류는 14종인데, 소와 말, 양, 돼지, 염소, 단봉낙타, 쌍봉낙타, 라마와 알파카,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소, 인도소 등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가축과 함께 살면서 천연두, 홍역, 독감 같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게 되었어요. 하지만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그렇지 못했죠. 그 결과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원균은 아메리카 원주민 인구의 90%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는 인류 문명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어요.
쇠(Steel) – 금속 기술의 차이
강철과 같은 금속 기술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청동기를 거쳐 철기 시대로 발전한 유라시아의 인류 문명과 달리,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들은 여전히 석기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3. 농업혁명이 바꾼 인류 문명의 방향
다이아몬드는 유라시아 문명이 독창성의 산물이 아니라 기회와 필요성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문명은 우수한 지능으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특정한 전제조건에 의해 가능하게 만들어진 일련의 발전의 결과라는 거예요.
인류 문명을 향한 첫걸음은 바로 농업혁명이었습니다. 문명을 향한 첫걸음은 유목 수렵 채집자에서 뿌리내린 농경사회로의 이동이었죠. 하지만 이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어요.
다이아몬드는 가축화-작물화의 발원지로 서남아시아의 초승달 지대, 중국, 중앙아메리카, 남미의 안데스산맥 일대, 미국 동부 등 5군데로 파악하고, 다른 서너 곳의 가능성을 인정해 9군데 정도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리적 조건이었어요. 저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조한 기후, 그리고 가축을 사육할 수 있을 만큼 온순하고 다재다능한 동물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거든요.
4. 지리가 결정한 문명의 운명
놀랍게도 지리적 조건 하나만으로도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유라시아에서 길들여진 100파운드(45kg) 이상의 큰 동물 13종을 식별하는데, 남미의 한 종(라마와 알파카를 같은 종으로 분류)과 비교했을 뿐 나머지 세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큰 가축들은 농업 생산력을 혁신적으로 높여주었고, 동시에 교통수단과 군사력의 기반이 되었거든요. 말이 없었다면 기마군단도, 빠른 정보 전달도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방향 지형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같은 위도상에 있는 지역들은 기후가 비슷해서 농작물과 기술이 쉽게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는 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기후대가 다양하고, 그만큼 기술과 문화의 전파가 어려웠죠.
5. 문명 간 교류의 중요성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문명 간 교류예요. 초기 서아시아 문명이 교역을 시작하면서, 인접한 영토에서 특히 수송에 사용할 말과 당나귀들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실크로드 같은 교역로를 통해 기술, 종교,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었어요.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과 나침반, 종이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격리된 아메리카 대륙의 인류 문명들은 이런 교류의 기회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야, 아즈텍, 잉카 같은 훌륭한 문명들이 있었지만, 서로 간의 교류나 구대륙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술 발전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거예요.
6. 현대에도 계속되는 문명의 패턴
흥미롭게도 다이아몬드가 분석한 인류 문명의 패턴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다이아몬드는 또한 중국과 같은 다른 유라시아 강대국보다는 서유럽 사회가 왜 지배적인 식민지 국가였는지에 대한 지리적 설명을 제안합니다.
유럽의 지형적 특성이 오늘날 실리콘밸리나 다양한 기술 혁신 클러스터의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작은 국가들 간의 경쟁이 혁신을 촉진하고, 자연스러운 장벽들이 다양성을 보장하면서도 교류는 가능하게 하는 구조 말이에요.
인류 문명의 디지털 혁명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정보와 기술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전파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격차, 언어 장벽, 경제적 불평등 등이 새로운 형태의 ‘지리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7. 총균쇠가 주는 현대적 교훈
다이아몬드의 연구는 단순히 과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인류 문명의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줘요.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을 보세요. 전 세계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이 되면서, 과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가져간 병원균처럼 새로운 바이러스도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백신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발달했어요.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지만,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과 국제적 협력 체계도 발달하고 있거든요.
8.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총균쇠
물론 다이아몬드의 이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그가 인류 문명을 환경과 지리에 결정되는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지적합니다. 환경, 지리적 변수 이외에 사회제도, 종교, 문화 등의 다양한 변수들도 문명을 일으킨 요인이었고, 다른 문명을 제압하는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농업생산이 총, 균, 쇠의 인류정복 무기의 원천이라면 잉카와 아즈텍 문명의 바로 인근에 농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왜 아메리카의 문명들은 쇠와 총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해요.
또한 일부에서는 다이아몬드의 논리가 유럽의 세계 지배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총, 균, 쇠 책의 전체적 주제와는 맞지 않는 비판이라고 봅니다. 다이아몬드는 오히려 인종주의적 사고를 반박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거든요.
9. 동아시아 문명의 특별한 의미
흥미롭게도 다이아몬드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불교, 문자, 승마, 자기, 야금술 등의 기술들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문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해요.
이는 인류 문명의 발전이 단순히 서구 중심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 문화권은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으로 확산되면서 독특한 동아시아 문명권을 형성했죠.
특히 한국의 경우,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면서 문명 전달의 교량 역할을 했어요. 중국의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우리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일본으로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거죠.
결론: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한 지혜
총, 균, 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일까요? 바로 문명의 발전이 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종주의적 이론의 기반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등한 잠재력을 가진 인간이고, 단지 각자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달랐을 뿐이에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특별한 능력보다는, 수천 년에 걸친 누적된 지식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인류 문명 간의 교류와 협력의 결과인 거죠.
앞으로의 인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더욱 다양한 문화와 지식이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아요. 인공지능, 우주 개발,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사회를 또 다른 단계로 이끌어갈 테니까요.
중요한 건 과거의 교훈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인류에게 골고루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그리고 문명의 발전이 일부의 지배가 아닌 모두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도 과거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만큼이나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 변화의 혜택이 일부 선진국이나 거대 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예요.
“총, 균, 쇠”는 단순히 역사책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의 인간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분명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가 이 연구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봅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고, 현재의 차이는 환경과 기회의 차이일 뿐입니다. 바로 인류 문명의 발전이 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