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_인의예지 말고 뭐가 있지

맹자의 주요 가르침과 현대적 의미

혹시 여러분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아마 대부분은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며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2300여 년 전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의 핵심 근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논쟁 거리인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 그 답을 찾기 위해 맹자의 지혜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1. 맹자는 누구인가 – 공자를 이은 유교의 거장

맹자(기원전 372년~기원전 289년)는 공자 사후 약 100년 뒤 추나라(현재의 산둥성 쩌우청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맹가(孟軻)이고, 자는 자여(子輿) 또는 자거(子車)입니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이어 발전시킨 유학자로,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하에서 육경을 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맹모삼천지교’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묘지 근처에서 시장 근처로, 다시 학교 근처로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전한 시기의 학자 유향이 지은 《열녀전》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일화이지만 사실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것은 교육의 중요성과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려는 맹자 철학의 본질을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주 왕실의 기반이 무너지고 7개 제후국이 패권을 놓고 다투던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법가, 도가, 농가, 종횡가, 명가, 음양가, 잡가 등 수많은 학파가 등장한 제자백가 시대에서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철학 체계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2. 성선설 – 인간 본성에 대한 혁명적 통찰

인간은 본래 선하다

맹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성선설입니다. 사람의 천성은 착하며, 이 본성을 지키고 가다듬는 것이 도덕적 책무라는 성선설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선설을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선설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선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맹자의 유명한 주장은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완벽하게 선하다는 말이 아니다. 맹자에서 궁극적으로 선한 상태는 개인의 노력이 더해졌을 때라야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단론 – 선한 마음의 네 가지 싹

맹자는 성선설을 증명하기 위해 사단론(四端論)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인(仁)·의(義)·예(禮)·지(智) 등 사덕(四德)의 사단(四端:싹)이 구비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입니다. 앞서 언급한 우물에 빠지는 아이 이야기가 바로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둘째, 수오지심(羞惡之心)은 불의와 악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잘못된 일을 보면 자연스럽게 분노하고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바로 이것입니다.

셋째, 사양지심(辭讓之心)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죠.

넷째,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도덕적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자와의 논쟁 – 인간 본성을 둘러싼 철학적 대결

맹자의 성선설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고자와의 논쟁을 살펴봐야 합니다. 고자는 성은 고여 있는 물과 같아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르게 되어 인성에도 선과 악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맹자는 탁월한 비유로 반박했습니다. 물의 흐름은 동서로 나누어져 있지 않지만 상하로는 나누어져 있는 것이니, 인성이 선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고 답했습니다. 물이 위로 흐르지 않고 아래로만 흐르듯이, 인간의 본성도 선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입니다.

3. 인의설 – 공자의 인에 의를 더하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여기에 의(義)를 추가하여 인의설을 완성했습니다. 공자의 인(仁)의 사상은 육친 사이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친애의 정을 널리 사회에 미치게 하려는 것이며, 맹자는 이를 받아들여 보편적인 인애의 덕을 주장하고, 한편으로는 그 인애의 실천에 있어서 현실적 차별상에 따라 그에 적합한 태도를 결정하는 의의 덕을 주장했습니다.

인(仁)이 사람다움,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라면, 의(義)는 마땅함, 즉 각 상황에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실천하는 능력입니다. 맹자는 의가 곧 올바름을 행하는 길이라고 보았으며, 의가 인을 현실 정치에 적용할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의를 체계화해 인과 같은 지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당시 유행하던 묵자의 겸애사상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습니다. 묵자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맹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남의 어버이를 자기 어버이와 똑같이 사랑하느냐”라고 반문하며 현실적인 차별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4. 왕도정치론 – 백성을 위한 이상적 정치

민본주의 – 백성이 가장 귀하다

맹자의 정치사상 중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민본주의입니다. 맹자는 위정자가 세상을 다스릴 때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천을 백성과 동일시하여 천명의 개념을 인문주의적으로 확립하였고, 이 천명이 바뀌는 기준을 민심으로 규정하여서 민본의 개념을 정치의 축으로 세웠습니다.

맹자가 제시한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는 뜻입니다. 이는 2300년 전 봉건사회에서 나온 놀라운 민주주의적 발상입니다.

혁명사상 – 민심을 잃은 권력자는 교체되어야

더욱 놀라운 것은 맹자가 혁명을 정당화했다는 점입니다. 민의를 배반하고 인의에 어긋난 은나라 주왕은 이미 군주가 아니라 한 평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나라 신하였던 주나라의 무왕은 필부인 주를 토벌한 것이지 군을 시역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맹자는 혁명을 아래로부터의 혁명인 역위와 위로부터의 혁명인 변치로 설명하였다. 임금이 커다란 과실이 있을 때는 간해야 하나 반복해서 간해도 듣지 않으면 할 수 없이 그 임금의 자리를 교체시키는 것이 곧 역위라고 했습니다.

왕도정치의 구체적 방법 – 정전제

맹자는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도 제시했습니다. 어떻게 민생을 구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 정책이 바로 정전제였습니다. 정전제는 토지를 정(井)자 모양으로 나누어 8호가 공동으로 경작하되, 가운데 공전의 수확은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각자 소유하는 제도였습니다.

5. 현대적 의미와 영향

동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미친 영향

맹자의 민본주의 사상은 현대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이러한 맹자의 민본주의는 동아시아 근현대 민주주의 발전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리콴유와의 그 유명한 민주주의 논쟁에서, 김대중이 맹자의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아시아도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 심리학과의 만남

흥미롭게도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들이 맹자의 성선설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 협력하려는 본능, 공정성을 추구하는 경향 등이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교육철학에 미친 영향

맹자의 교육관도 현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간이 선한 싹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적절한 교육과 환경이 없으면 그 선함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관점은 현대 교육학의 핵심 원리와 일치합니다. 강압적 주입식 교육보다는 학습자의 내재된 가능성을 끌어내는 교육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6. 맹자 사상의 한계와 비판

물론 맹자의 사상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성선설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현실의 악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하면, 세상에 있는 악을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맹자는 마음의 이중 구조로 설명한다. 마음에는 선한 부분 뿐만 아니라 악한 부분도 있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성선악혼재설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맹자의 차별애 사상은 현대의 보편적 인권 개념과 충돌하는 면이 있습니다. 가족과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때로는 사회적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결론

맹자의 가르침은 2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긍정적 관점, 정치권력의 정당성은 민심에서 나온다는 민본주의, 그리고 교육을 통한 인간의 선한 본성 계발이라는 그의 핵심 사상들은 현대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철학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맹자가 강조한 측은지심, 즉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마음은 더욱 소중한 가치로 다가옵니다.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것이 바로 맹자 사상의 현재적 의미입니다.

맹자는 단순히 인간이 선하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선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교육과 수양을 통해 그 가능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위대한 철학적 통찰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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